국민연금 ‘보험료율’ 9% → 13%로 인상…“장기 지속가능한 제도로 개편”
‘연금개혁 추진계획’ 심의·확정…국민부담 최소화 차원에서 단계적 인상 추진
정부가 국민연금을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제도로 개편하고자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4%p 인상한다.
또한 은퇴 전 소득 중 연금으로 대체되는 비율로, 연금제도의 소득보장 수준을 보여주는 명목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다.
아울러 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운영 중인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 등과 연동해 연금액 등을 조정하는 장치인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4일 ‘2024년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이같은 내용이 담긴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심의하고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서 연금개혁 방향성과 5대 분야 15개 추진과제를 제시했고, 이어 21대 국회 산하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공론화를 실시해 국민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이번 추진계획은 연금개혁이 매우 시급한 과제인 만큼 개혁 논의에 계기를 마련하고, 여·야 간에 조속한 합의를 견인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에 국민연금 뿐 아니라 기초, 퇴직, 개인연금 등 다층 연금체계 틀 속에서의 구조개혁 방안을 담고 있다.
아울러 5차 계획의 주요 과제와 2023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새로운 재정 전망, 공론화 등에서 나타난 국민 의견도 세밀하게 검토해 수립했다.
◆ 장기적 지속가능한 제도로 개편
보험료율은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당시 3%였으나, 1993년 6%, 1998년 9%로 인상된 이후 계속 유지되고 있다.
이에 21대 국회 연금특위 및 공론화 논의 내용, 국민적 수용성 등을 고려해 13%까지 인상한다.
다만 보험료율 인상으로 인한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명목소득대체율은 42% 수준으로 2%p 상향 조정한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 1999년 60%, 2008년 50%로 낮아진 이후, 매년 0.5%p씩 인하해 2028년까지 40%로 조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재정안정과 함께 소득보장도 중요하다는 공론화 논의 내용 등을 고려해 올해 소득대체율인 42% 수준에서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기금수익률도 1%p 이상 높여 5.5% 이상으로 높인다.
기금수익은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주요한 수단으로, 1988년 제도 도입 후 2023년 말까지 5.92%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기금 규모도 1036조 원에 이른다.
지난해 5차 재정추계 당시 도출된 장기 수익률은 4.5%였으나 이를 5.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5월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하는 내용의 자산배분체계 개편안을 의결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수익률이 높은 해외·대체투자 비중을 지속해서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수행 난도가 높은 해외·대체투자를 위해 기금운용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해외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운용 인프라를 강화해 기금수익률을 장기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복지부는 모수개혁과 기금수익률을 1%p 높이면 현행 2056년인 기금소진 시점을 2072년까지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현재 국민연금은 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라 연금액을 해마다 조정해 실질가치를 보전하고 있으나, 인구나 경제 상황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는 장치는 운영하고 있지 않다.
이에 최근 저출생·고령화 추세와 기금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 연금액에 기대여명 또는 가입자 수 증감을 연동하여 연금 인상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논의를 본격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복지부는 재정 상황 등에 따른 ▲보험료 수입이 급여 지출을 초과하는 2036년 ▲기금 감소 5년 전인 2049년 ▲기금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2054년 등 3가지 도입 시나리오를 제시했으며, 도입 시점에 따라 기금소진 연장 효과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 청년·미래세대 부담 완화 및 신뢰 제고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20대부터 50대까지 출생연도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할 때, 2025년에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p, 40대 0.5%p, 30대 0.33%p, 20대는 0.25%p씩 인상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납입 기간이 많이 남아있는 젊은 세대일수록 보험료 부담은 커지게 되는데, 두 차례 개혁(1999년, 2008년)으로 명목소득대체율도 인하되고 있어, 청년세대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은 크고 혜택은 적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이러한 형평성 문제 해소를 위해 잔여 납입 기간을 기준으로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대별 대표 연령을 20세, 30세, 40세, 50세로 정하고, 잔여 납입기간이 10년인 50세는 연 1%p, 납입기간이 20년인 40세는 연 0.5%p, 30대와 20대는 각각 연 0.33%p, 0.25%p씩 인상해 형평성을 개선할 방침이다.
◆ 국민들의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청년들의 소득 공백을 보상하기 위해 크레딧 지원을 강화한다.
현행 제도는 출산 또는 군 복무 때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해당 기간 중 일부를 연금액 산정 때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출산 크레딧은 현행 둘째아에서 첫째아부터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고, 군 복무 크레딧의 경우 기존 6개월인 인정 기간을 군 복무기간 등을 고려해 확대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부담도 완화하기 위해 보험료 지원 대상과 기간을 확대하고, 세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행 보험료 지원 사업(농·어업인 제외)은 보험료 납부를 재개한 지역가입자를 대상으로 최대 12개월 동안 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하고 있으나, 지원 대상이 협소하고 지원 기간 등이 짧아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현재 60세 미만인 의무가입상한 연령 조정도 추진하되 다만, 의무가입 연령 조정은 고령자 계속고용 여건 개선 등과 병행해 장기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저소득 어르신을 보다 두텁게 지원하기 위해 기초연금액을 40만 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2026년에는 소득이 적은 어르신에게 우선 40만 원으로 인상하고, 2027년에는 전체 지원 대상 노인(소득 하위 70%)에게 4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초연금을 받으면 기초생활보장제도(기초생보) 생계급여가 삭감되는 현행 제도도 단계적으로 개선한다.
현재 기초연금은 생계급여 소득인정액 산정 때 공적이전소득에 전액 포함되고 있어 생계급여를 받는 어르신은 기초연금을 받게 되면 기초연금액만큼 생계급여가 깎이게 되는 한계가 있었다.
노인 빈곤 완화를 위해 기초연금과 생계급여를 동시에 받고 있는 어르신에게 기초연금의 일정 비율을 추가로 지급하고, 이를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사업장 규모가 큰 사업장부터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를 추진하고, 가입률이 낮은 영세 사업장과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도 이어가기로 하였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합리적인 투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디폴트옵션 등 제도 개선도 추진하기로 하고,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 시범사업 추진 및 금융기관 간 경쟁 촉진을 위한 현물이전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수익률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불필요한 중도인출 요건을 강화하고, 퇴직연금 담보대출을 활성화하는 등 연금자산의 중도 누수를 방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퇴직연금 제도 개선을 통해 현행 10.4%의 연금형식 수령 비율을 높여 노후생활의 안정적 수입원으로 기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노후생활 안정을 목적으로 1994년부터 시행된 개인연금은 457만 명이 가입(2022년 기준)해 있고, 적립금은 169조 원(2023년 기준)에 이른다.
그러나 고소득층이 주로 가입하고 있고, 원금보장 선호 및 중도해지 등으로 연금으로서 기능을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가입 촉진을 위해 교육 및 홍보를 강화하고,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확대해 연금화를 제고해 나간다.
또한 상품 제공기관 간 경쟁 촉진 등을 통해 수익률을 개선하는 등 개인연금을 활성화해 노후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정부가 마련한 개혁안의 핵심은 모든 세대가 제도의 혜택을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고 노후생활을 더욱 든든히 보장하기 위한 방안들도 세밀하게 검토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개혁안이 연금개혁 논의를 다시금 촉발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며, 국회가 조속히 연금특위, 여·야·정 협의체 등 논의구조를 통해 개혁을 마무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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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나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