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 새로운 도시혁명 ‘대·자·보 도시’

- 매년 가속하는 기후재난…광주시 지속가능도시·탄소중립 대안 선택
- 광주시, 교통체계 대변혁 인프라 깔고 교통비 할인해 정책 활성화
- 보행자·자동차·자전거 통행 조화 이루는 ‘완전도로’…보행친화 도시
- 대규모 개발 광천권역 대자보도시 실증 시험대…자전거 이용률도 높여
- 시민참여가 정책 성패 좌우…광주시 다양한 프로젝트 추진 예정

광주광역시(시장 강기정)는 지난 6월 대·자·보 도시 전환을 선언했다. ‘대자보 도시’란 대중교통‧자전거‧보행이 중심이 되는 도시를 줄인 말로 교통정책 방향을 기존의 승용차 중심에서 ‘대중교통‧자전거‧보행’ 중심으로 전환하는 민선 8기 역점 시책이다.

광주시는 2018년 최장 폭염, 2020년 최대 폭우, 2023년 최악의 가뭄 등 기후재난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탄소중립 실천의 길은 대·자·보 도시로 과감히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지금 당장 추진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광주시의회가 실시한 ‘광주광역시 교통정책 시민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민선 8기 후반기 주요 정책인 대·자·보 도시에 대해 응답자 절반 이상인 10명 중 6명이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적극적인 의사를 나타냈다.

광주시는 도심 전역을 30분대로 연결하는 도시철도 2호선과 촘촘한 연결을 위한 시내버스 노선개편, 자전거 생활권 구축, 보행자 중심의 도로공간 재편 등 기반시설(인프라)을 깔고, 여기에 대중교통 요금 할인정책인 ‘광주 G-패스’로 정책 활성화를 뒷받침한다.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도시개발이 예정돼 있는 광천권역은 대·자·보 도시 실증모델 1호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대·자·보 도시 성패는 시민들에게 달려 있는 만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실천을 유도할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❶ 승용차에서 대중교통으로…교통체계 대변혁
광주시는 그동안의 교통정책이 자동차 중심의 도로개설 위주로 추진되면서 승용차 이용을 증가시켰다고 판단, 대중교통의 정시·신속·편리성을 갖춰 승용차보다 빠르고 편리한 도시 만들기에 총력을 다한다.

광주 전역 30분대…도시철도는 크게 한바퀴, 버스는 구석구석
도시철도 2호선이 개통되면 1호선과 연계해 대중교통 접근성과 이동 편의성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비수도권 최초의 순환선인 도시철도 2호선은 5개 자치구를 경유하면서 도시 전체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다.

공정률 80%로 현재 공사 중인 도시철도 2호선 1단계(시청~월드컵경기장~조선대~광주역)는 2026년 본격적인 운행이 예정돼 있으며 2단계 구간까지 모두 완공되면 광주 도심 곳곳을 30분내 이동할 수 있는 교통환경이 조성된다.

도시철도가 5개 자치구를 연결한다면 마을 구석구석은 시내버스 노선 개편을 통해 촘촘히 연결한다. 광주시는 이와 관련한 용역을 내년 7월 진행할 계획이다.

도시철도 1‧2호선을 보완하는 간선 급행기능의 시내버스 노선망이 새로이 도입되고 권역별‧생활권별 연계환승을 위한 지‧간선 버스체계도 새로 구축될 예정이다. 특히 노선거리, 배차시간을 대폭 감축해 시내버스 이용 환경과 서비스를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광천권역, 대·자·보 도시 실증모델 1호 ‘시험대’
광천재개발, 복합쇼핑몰 이슈 등이 맞물려 교통난이 우려되는 광천권역은 과감한 극약처방이 내려진다. 광주시는 지난 1년여간 전담팀(TF)을 꾸려 마련한 광천권역 특별교통대책을 지난 9월 발표했다. 하루 14만대에서 29만대로 교통량이 2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도시철도 3호선 개념인 ‘광천상무선’과 도로 위의 지하철로 불리는 ‘간선급행버스(BRT)’를 동시 도입하고, 보행네트워크 등을 구축한다.

광주시는 도시 전체를 일시에 대자보 도시로 탈바꿈 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어 광천권역을 시범모델로 삼아 대·자·보 도시 효과를 검증하고 시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면서 점차 확산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첫 실증무대로 ‘광천권역’을 선택한 것이다.

‘광천상무선’의 총 사업비는 6925억원(국비 4155억원, 시비 2770억원)이며, ‘BRT’의 총 사업비는 526억원(국비 205억원, 시비 321억원)으로 추정된다. 광천상무선과 BRT의 시비 부담액 3091억원은 광주시 재정 부담 없이 옛 방직공장터 개발과 광천터미널 복합화 사업의 공공기여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광주시는 ‘광천상무선’ 개통 전까지 광천권역에 급증하는 대중교통 수요를 처리할 수 있도록 대규모 택지지구 등 7대 주요생활권은 물론 광주송정역, 대학교, 문화전당 등 주요기관을 동-서, 남-북 방향으로 연결하는 총 4개 노선, 연장 73㎞의 도심급행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보행을 위한 ‘광천 에코브릿지’도 만든다.

기반시설(인프라)에 더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대중교통비 지원 정책인 ‘광주G-패스’는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한다. 어린이는 무료, 청소년은 반값, 청년(19세~39세)은 30%, 일반성인은 20%, 어르신(65세 이상)은 50%, 저소득층은 64%까지 할인받는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K-패스와는 달리 어린이, 청소년을 포함하고 어르신에게는 30% 추가 할인되며, 탈수록 혜택이 더해져 대중교통비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❷ ‘자전거와 친밀한 광주’ 대안 교통수단으로
자전거가 레저용이 아닌 교통수단으로 시민에게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자전거 이용 활성화 대책을 추진한다. 그간 단절된 도로와 자전거 전용도로 부족 등으로 자전거 수송분담률이 2%에 머무르고 있는 만큼 ‘자전거 타기 좋고 보행이 편리한 도시철도 2호선 푸른길’, ‘영산강변 자전거마을’, 공공자전거 ‘타랑께’ 등 특단의 대책을 편다.

광주시는 2025년 상반기 중(올해까지 90% 완료 목표) 도로포장 복구가 예정된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구간 17㎞를 대상으로 교통량, 보행량, 주변 토지이용 특성을 최대한 고려해 ‘도시철도 2호선 푸른길(가칭)’ 보행로와 자전거도로 등을 넓힌다. 내년 초 전체 구간에 대한 설계를 시작으로 효과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1, 2단계로 구분해 시공한다.

1단계 사업은 내년 5월 착공할 계획으로 한국은행사거리~상무역사거리 구간(1.6㎞)과 주월교차로~중흥3거리 구간(6.9㎞)은 차로수 조정 등을 통해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든다. 금호지구입구4거리~풍금4거리 구간은 차로 조정 등을 통해 보행공간(유효보도폭 기준 2m→5m)을 확장한다.

2단계 사업은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구간 전체에 대한 보도를 정비(평탄성 정비 및 재포장 등)할 계획으로, 2026년 하반기까지 추진된다. 공사에 앞서 공사구간 인근 상인과 주민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강기정 시장은 앞서 지난 9월 시의회,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 공무원 30여명과 함께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17㎞ 전체 구간을 직접 걸어서 이동하며 도시철도와 연계한 보행, 자전거, 대중교통 개선을 위한 사전점검을 했다.

자동차보다 편한 자전거생활권 구축을 위해 첨단지구와 영산강 일원에는 광주형 녹색교통 전환을 위한 영산강변 자전거 마을 시범지구가 조성된다.

지난 9월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5억원을 확보했으며 광산구 첨단1․2동, 북구 건국동 일원 등 첨단지구 생활권 내에 시범공간을 구축해 자전거 전용도로 신설과 정비, 단절구간 연결, 전용 신호체계 구축, 쉼터 및 수리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실시설계용역을 마무리하고 하반기에 착공할 예정이다.

올해 9월까지 시범 운영한 무인공유자전거 ‘타랑께’도 재개된다. 요금체계 개선과 대여소 확대 실시 등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의 시범운영 기간 동안 이용률이 대폭 증가했고, 타랑께 가입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6%가 지속 운영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특히 서비스 편의성과 우수성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내년부터는 운영지역을 대학과 평동산단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❸ 걷기 좋은 도시…보행 중심 도로 재편
최근 보행자의 편리성을 최대한 강조하면서 보행자와 자동차, 자전거 통행이 조화를 이루는 ‘완전도로(Complete Streets)’가 곳곳에서 도입되고 있다. 광주시도 보행자 중심의 완전도로 도입을 목표로, 도심 곳곳에 ‘걷고 싶은 길’을 조성하고 보행친화적 도로 환경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문화전당~전남대병원까지 이어지는 ‘광산길’은 보도 폭을 확장해 보행자 중심의 열린 보행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오는 12월 일방 2차로를 양방향 5차로로 확장하는 공사가 마무리되면 내년 4월부터 차 없는 거리로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 비워진 거리는 거리공연, 시민참여 프로그램과 행사를 개최하고 매월 2회 시범운영한 후 효과분석을 통해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광주공원 앞 노상주차장 49면을 폐쇄하고 열린광장으로 조성해 시민들이 걷고 머무르는 문화와 먹거리 공간으로 조성한다. 보도와 단절된 노상주차장으로 안전문제, 교통불편을 야기한 데다 포장마차의 위생문제, 도로 무단점용 등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10월 공영주차장 폐지 행정예고를 마쳤고 올해 말까지 광장 조성이 마무리되면 다양한 먹거리와 문화가 펼쳐지는 공간으로 재탄생될 예정이다.

‘대각선 횡단보도’는 모든 차량이 정지 상태에서 모든 방향으로 횡단함으로써 보행자의 보행편의는 물론 우회전 차량 등에 의한 교통사고 예방효과가 뛰어나 지속적으로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올해까지 66개소에 설치하고 2027년까지 매년 25개소씩 추가해 총 150개소를 설치한다. 이와함께 스마트 횡단보도는 교통약자 안전 강화를 위한 사업으로, 올해 6월까지 어린이 및 노인 교통사고 다발지점을 대상으로 23개소에 설치했으며 올해 말까지 3개소를 추가 설치하는 등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❹ 대·자·보 도시 추진 원동력은 ‘시민참여’
대·자·보 도시는 자동차문화에 익숙한 시민들의 변화와 참여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광주시는 대·자·보 도시는 운전자를 불편하게 하는 정책이 아니라 대중교통체계 구축과 자전거․보행 친화적 도시를 만들기 위해 도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재편하는 ‘나눠 쓰는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광주시는 대자보 도시 전환을 위해서는 시민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 시민실천단 100여명을 모집했다. 시민실천단은 ▲매년 실증공간 10개소씩 조성 ▲각종 매체를 활용한 공론화 ▲시민이 기획하고 스스로 실천하기 ▲사람 중심의 교통흐름 등 실증·소통·참여에 연결을 더한 ‘시민공감 정책 실행 계획 3+1’을 적극 추진한다.

광주시는 중앙부처와 국회는 물론 유관기관과 협력해 세부 추진계획을 마련해 관련 행정절차를 착실히 이행할 계획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대·자·보 도시 전환은 시민들의 지지와 참여가 절대적이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험난하겠지만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여정이 될 것이다”며 “어른들은 미래세대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긴 안목으로 가장 좋은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 시민들의 힘을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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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선 기자 다른기사보기